삶이란 이름의 사계 : 가을

 인생의 사계를 알고 있나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죠.
 봄은 언제나 싱그러운 냄새를 맡게 해줘요. 봄의 여왕님은 언제나 손수 꽃들을 가꿔서 아름다운 세상이란 정원에 정성스럽게 심으시죠. 그렇게 여왕님의 꽃들이 만개하고 난 뒤에는 여름의 거인이 한아름 나무를 이고 찾아온답니다. 이 산, 저 산 성큼성큼 넘어가면서 이고 있는 나무를 심는데, 거인이 얼마나 큰지 나무들이 조그만 젓가락처럼 보인답니다.
 거인이 나무를 다 심고 다시 남쪽으로 사라지면, 가을의 마법사님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세요. 어떨 때는 산 전체가 불이 붙은 듯 했고, 어떨 때는 들판 한가득 황금이 쌓인 듯한 기분이 들게 해주셔요. 그리고 마법사님이 다시 자신의 오두막으로 돌아가시면, 그때서야 겨울의 악동들이 조잘조잘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서 찾아와요. 그렇게 나쁜 아이들은 아니지만, 장난이 너무 심해서 발을 내놓고 자는 아이들의 발가락을 꼬집을 때가 많답니다. 겨울의 악동들이 놀고 난 자리에는 늘 새하얀 눈이 쌓이는데, 그건 겨울의 악동들의 날숨이 너무나 차가워서 그래요.
 오늘 들려줄 이 이야기는 가을의 마법사 님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을 때, 있었던 아주 슬픈 이야기예요. 사람들은 늘 이 이야기에 눈물을 훔치곤 하죠.

 여기서는 조금 먼 서쪽에 한 마을이 있었어요. 언제나 활기가 넘쳐서 한 번이라도 방문했던 사람은 다시 찾게 되고, 또 너무 부러워하는 그런 마을이었죠. 그 활기 넘치는 마을에는 바이올린 연주를 너무 잘하는 멋진 청년이 있었어요. 이름은 브래드 였는데,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없어서 자신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준 분이랑 같이 여행을 다녔데요. 브래드씨는 언제나 마을 중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쳤던 중앙시장에서 연주를 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의 연주가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연주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 되어버렸죠.


 "여어 브래드. 오늘도 연주하나?"

 "물론이에요. 해럴드씨."

 아직은 이른 아침시간이었지만 중앙시장에 터를 잡고 있는 상인들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황금같은 시간이었다. 물론 그런 상인들에게 연주를 선사하는 나의 입장에서도 이 이른 아침은 꽤나 유쾌한 시간대였다.

 "오늘은 새로운 곡이 나왔으니까, 기대해주세요."

 상인들은 우선 상점 문을 열고 나면 손님을 맞이한다고 바쁘기 때문에 연주를 집중해서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늘 나의 연주를 들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기에 늘 이렇게 말을 해드리게 되는 것이다.

 "오오 신곡인가? 하하하 그거 기대되는걸? 여러분 오늘 브래드가 신곡을 발표한답니다."

 해럴드씨가 시장 골목을 향해 큰소리 외치자, 골목 이곳 저곳에서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새로운 곡이야? 역시 브래드인걸?"

 "어머, 이번에는 어떤 곡이에요?"

 "멋진 연주 기대하네."

 이렇게 늘 호응을 잘 해 주시니 늘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주를 하게 된다. 나의 연주가 이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행복이었다.

 "브래드씨."

 "아, 안녕하세요 마가렛양."

 세 번째 골목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마가렛양이다.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성격도 쾌활하고 당차게 일을 잘 하기 때문인지 마을에서도 꽤 인기있는 빵집이었다.

 "오늘은 제 당번이에요."

 마가렛양이 내미는 바구니를 받으며 나는 감사의 말을 하였다.

 "아 그렇군요. 매번 감사합니다."

 "감사라뇨, 오히려 저희가 더 감사한걸요."

 악사라는 직업이외에는 생계수단이 없는 나를 위해 마을 상인들은 돌아가면서 나의 먹거리와 옷가지 같은 것을 제공해준다. 어떻게 보면 마을 직속 악사라고 볼 수 있었다.

 "저 그리고……."

 "네?"

 "오늘 연주 기대할게요."

 그렇게 말한 마가렛양은 몸을 획 돌려 자신의 가게를 향해서 달려갔다. 뭔가 부끄러워하는  듯 했는데, 마을 상인들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브래드 기대함세."

 "누군 좋겠네? 으하하하"


 이 마을에 온 지도 꽤 많이 지났다. 바이올린을 가르쳐 주시던 분이 돌아가시고 잠시 이 마을에 머물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 내일 떠날까합니다."

 나는 해럴드씨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봤다. 꽤 시끄러운 술집 안이었는데, 나의 그 한마디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들었는지 한 순간 조용해졌다.

 "떠나다니 어디로 말인가?"

 해럴드씨는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물어왔다.

 "목적지는 없습니다. 그냥 세상이 보고 싶어졌어요."

 사뭇 진지하게 말을 했지만 나의 정면에 앉아 있던 해럴드씨와 주변에서 우릴 지켜보던 마을 사내들이 모두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풉, 푸웁……, 푸하하하하."

 해럴드씨가 선두로 박장대소를 터뜨리자, 술집 안에 있던 사람 모두가 모두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웃기 시작했다.

 "저기 해럴드씨?"

 "으하하하, 미안, 미안하네. 끄윽끄윽."

 어떤 부분이 웃긴지 알 수 없었지만 해럴드씨는 죽겠다는 표정까지 지어가며 웃고있었다.

 "자네도 남자였구만 그래."
 

 "마을 사람들에게는 해럴드씨가 알려주세요. 분명 저는 여길 떠나지만 꼭 다시 돌아 올거에요. 그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멋진 사람이 많은지 그것만 보고 오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그 날에 정말 근사한 연주를 해 드릴께요."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먼저 진정한 해럴드씨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말을 겨우 할 수 있게 됐다.

 "그래그래. 남자라면 응당 그래야지."

 해럴드씨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그렇게 말해주시고는 엄지를 치켜세우셨다. 그 다음날 나는 마을을 떠났다.

 "아, 마가렛양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사실 그동안 마가렛양을 좋아했던 나였다.

 

 


 "후우 3년만인가?"

 마을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3년 동안 마을 외견은 조금 변했을지 모르지만 예의 그 활기참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가을을 맞이해서 그런지 더욱 일하는 모습들이 더욱 풍요로웠고 활기 차보였다.

 "자네? 브래드군 아닌가?"

 "아, 해럴드씨."

 마을을 막 들어가려는 나에게 그리운 사람중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3년 사이 많이 늙으셨구나.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보면 꽤 긴 세월이었구나.

 "건강하셨어요?"

 어색하게 웃는 나의 어깨를 해럴드씨는 헤어졌을 때처럼 툭툭 쳐주시면서 함께 웃으셨다.

 "이럴게 뭔가? 어서 안으로 들어감세."

 해럴드씨는 나를 이끌고 마을 중앙시장으로 가셨고 가면서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에게 일일이 인사까지 시켜주셨다. 다들 너무나 반겨주셔서 눈물까지 나려고 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었다.

 "여어 브래드 살아 있었구나?"

 "이게 누구야? 여행은 즐거웠는가?"

 "인사는 나중에 하고 우선 연주부터 해봐, 연주!"

 주점의 카렐씨가 외치자,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나에게 연주를 해 보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3년만에 이분들을 위해 연주를 한다는 사실에 잠시 긴장감이 들긴 했지만 이내 다시 편한 마음을 가지고 조용히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저기, 마가렛양은?"

 "……."

 연주가 끝나고 난 마가렛양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해럴드씨에게 물어보았다. 연주를 듣고 유쾌해하시던 해럴드씨의 얼굴에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슨 일이 있나요?"

 마을 사람 모두가 조용했다.

 "마가렛양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는 재차 물었고 해럴드씨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뒤 브래드씨는 너무 슬픈 연주만 계속했답니다. 가여운 사람.
저는 나름대로 행복한데, 브래드씨는 정말 바보랍니다. 정말 가여운 사람이에요.

 가을은 말이죠. 가을의 마법사님이 세상에 아름다운 마법을 부리시지만 너무나도 슬픈 계절이에요. 마법의 힘은 정말 놀랍지만 언제나 댓가를 요구하죠.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 댓가로 이별을 하게되요. 나뭇잎은 일년동안 정든 나무를 떠나고 철새들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게 되는거죠.

 

 밤하늘의 달이 아름다워지는 날 절 데려가 주세요.
 마법사님이 세상을 물들이는 날 절 데려가 주세요.

 가을은 아름답지만 이별을 낳고
 사람들은 행복한 슬픔에 살아가는 거죠.
 
 낙엽이 바람에 울며 떨어지기 전에 절 데려가 주세요.
 철새가 남쪽으로 발길을 덜리기 전에 절 데려가 주세요.

 기다림이 깊어지면 마음은 더욱 허무해지고
 미련을 남기면 가슴만 무뎌지는 걸요.

 그 사람이 날 찾기전에 데려가주세요.
 그 사람은 행복하게 저에게 슬픔을…….

by 후연 | 2006/09/29 21:02 | 이야기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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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룬드냐안 at 2006/09/29 22:38
중간에 뭔가 생략해서 노린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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